솔직히 이건 좀 걱정이 앞섰습니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시즌3를 정주행했는데, 주변에서 역대 시즌 중 가장 아쉽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였습니다. 막상 다 보고 나니 그 평가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실망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복잡한 감상이 남더라고요.속죄를 위한 여정, 시즌3가 시작되는 방식시즌3는 딘 자린이 만달로리안 계율을 어긴 죄인 신분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계율이란 만달로리안이 지켜야 할 철칙 중 하나인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규범으로, 시즌2에서 그로구에게 작별을 고하며 헬멧을 벗은 행동이 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병기공으로부터 더 이상 만달로리안이 아니라는 선고를 받은 딘 자린이 속죄의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이 시즌3의 출발점입니다. 제..
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수록, 우리는 정말 더 자유로워지고 있을까요. 영화 블랙미러: 플레이어 모드를 보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리즈와 결을 같이하면서도, 훨씬 조용하고 감정 중심적으로 기술 의존의 문제를 파고드는 작품이었습니다.생활밀착형SF, 낯선 미래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SF 영화를 볼 때 가장 자주 드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 기술은 우리 세대엔 절대 안 오겠지'라는 거리감입니다. 그런데 블랙미러: 플레이어 모드는 처음부터 그 거리감을 허물어버립니다. 제가 직접 관람하면서 느낀 건데, 주인공 패트릭이 착용하는 증강현실 렌즈가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AR(Augmented Reality), 즉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씌우는 기술은 이미 ..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면, 과연 인간이라는 정의는 무엇일까요. 웨스트월드 시즌 4 마지막 화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SF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켰다가, 4개 시즌 내내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된 작품입니다. 그 경험을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조나단 놀란이 만든 반전의 세계웨스트월드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순전히 감독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 조나단 놀란이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에 바로 첫 화를 틀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형제의 연출 DNA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특징인 비선형 서사와 반전이 웨스트월드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웨스트월드의 배경은 미래의 테마파크입니다. 델로스라는 기업..
시즌 5까지 완주하고 나서 든 첫 생각은 "Stranger Things"라는 영어 제목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9년에 걸쳐 쌓아온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보고 나니, 베크나와의 대결보다 그 이후의 감정 정리가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엔딩이 기대 이상이었던 이유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시즌 4에서 베크나를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더니 살아있었고, 호킨스에 균열이 생기면서 마무리가 너무 열려버렸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끝을 내면 시즌 5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즌 5 피날레를 보고 나니 예상이 절반쯤 맞고 절반쯤 틀렸습니다. 베크나와의 대결 자체는 제 기준에서 다소 허무했습니다. 거의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중 상당 부분을 헨리 ..
영국 왕실 이야기라면 솔직히 좀 멀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피터 모건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을 처음 틀었을 때, 30분도 안 돼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왕관을 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우리와 닮아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렇게까지 이질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요.역설적 매력 — 같은 인간인데 왜 이렇게 낯선가더 크라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겁니다. 저 사람들도 싸우고, 사랑하고, 후회하는데, 왜 나는 계속 이질감을 느끼는 걸까?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매력은 바로 그 역설에 있습니다. 사적인 장면에서 왕실 인물들은 놀라울 만큼 우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이 별것 아닌 이유로 냉전을 벌이는 장면, 마거릿 공주가 담배를..
새벽에 영화를 보고 나서 피곤함도 잊은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주말에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오면서 딱 그 상태였습니다. 169분짜리 영화인데, 단 한 번도 시계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를 두고 "어렵다"는 분들도 있고, "소름 돋는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두 말이 동시에 맞다고 생각합니다.황폐한 지구와 웜홀, 이 이야기의 출발점영화의 배경은 2067년입니다. 지구 전체를 덮는 황사와 극심한 사막화로 인해 옥수수 외에는 재배 가능한 작물이 없는 세계입니다.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사람들은 우주 탐사에 관심을 끊었고, 결국 NASA마저 해체 수순을 밟게 됩니다. 이 설정이 저는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와 토양 황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쌓아 올렸습니다. 반차까지 내고 달려간 CGV에서 팝콘 라지를 두 손에 들고 자리에 앉던 그 순간, 이미 머릿속 시뮬레이션은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든 감정은 "예상보다 평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MCU 10년의 마무리가 이 정도면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조금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타노스의 죽음과 시간여행 작전 — 서사 구조를 냉정하게 뜯어보면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걸렸던 부분은 타노스의 첫 번째 죽음이었습니다. 인피니티 워(Infinity War)에서 전 우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빌런이, 엔드게임 초반 15분 만에 토르의 스톰브레이..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토이스토리4를 보러 가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3편이 워낙 완벽한 마무리였기 때문에, 속편이 그걸 넘어설 수 있을지 의심했거든요. 그런데 극장 문을 나서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다."25년 만에 다시 만난 우디, 그 서사 구조는 어떻게 짜여 있나토이스토리4는 2019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조시 쿨리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전편인 3편으로부터 9년 만에 돌아온 시퀄입니다. 시퀄(sequel)이란 기존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어받아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후속편을 의미합니다.저는 개봉 전에 1편부터 3편까지 후다닥 몰아봤습니다. 안 보고 4편을 보면 뭔가 놓칠 것 같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덕분에 1편이 1995년 작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넷플릭스에서 액션 영화 하나 틀어놓고 싶은데,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는데, 그때 반쯤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가 바로 익스트랙션이었습니다. 크리스 헴스워스 팬으로서 그의 출연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했지만, 솔직히 처음엔 '또 비슷한 용병 영화겠지'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롱테이크 액션이 왜 이렇게 강렬할까익스트랙션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단연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입니다. 롱테이크(Long Take)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연속으로 오랜 시간 촬영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가 빠른 편집으로 박진감을 만든다면, 롱테이크는 그 반대로 한 호흡 안에 모든 긴장감을 밀어 넣는 방식입니다. 이 영..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데, 그렇다고 멍하니 있기도 싫은 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에 레드 노티스를 골랐습니다. 아는 얼굴이 셋이나 포스터에 보이길래 그냥 틀었는데, 생각보다 끝까지 보게 됐습니다.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코미디 영화로, 제작비 2억 달러가 투입된 작품입니다.세 배우의 케미스트리, 그리고 영화의 구조레드 노티스는 인터폴(INTERPOL)이 발행하는 최고 등급 국제 수배령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여기서 인터폴 수배령이란 국제형사경찰기구가 회원국에 수배 대상자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으로, 레드 노티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긴급한 등급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가 하이스트 무비 장르를 표방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하이스트 무비(He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