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집중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고 앉아도 금방 다른 생각으로 빠지고,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게 크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워낙 어릴 때부터 그랬다 보니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히 불편한 순간들이 많아졌다. 분명 하루 종일 뭔가를 한 것 같은데 막상 끝내놓은 건 별로 없고, 머릿속은 계속 복잡한데 손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집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게 내 뜻대로 잘 안 되니까 답답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게으른 건가, 의지가 약한 건가 하면서 나를 자주 탓했다.그냥 성격인 줄 알았던 시간들나는 내가 산만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해야 할 일..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는데 실사화 소식을 들으면 솔직히 처음엔 반갑기보다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게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근데 막상 영상이 나오고 나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25년 6월 6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합니다. 투슬리스 비주얼과 실사화 완성도저는 사실 이 작품을 신랑 덕분에 처음 봤습니다. 신랑이 "애니메이션 같다"고 해서 같이 봤는데, 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틀었다가 밥도 잊고 화면에 빠져든 게 솔직한 후기입니다. 처음부터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실사화 성공의 핵심 지표는 역시 투슬리스 비주얼이었습니다. 투슬리스는 '나이트 퓨리(Night Fury)'라는 종의 드래곤..
배드 가이즈 2는 2022년 1편 개봉 이후 약 3년 만에 돌아온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속편입니다. 저는 신랑이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쿠팡 플레이 메인 화면에서 포스터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1편도 안 본 상태라 '2편부터 봐도 괜찮을까' 싶어 망설였습니다. 그 고민과 실제 시청 경험을 비교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더빙판 vs 자막판, 무엇이 더 나을까애니메이션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볼 때 더빙판과 자막판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어 자막판이 연기의 뉘앙스를 더 잘 살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의 경험상 이건 시청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희는 저녁을 먹으면서 영화를 틀었습니다. 스시를 먹으면서 보는 상황이라 자막판을 선택하면 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세 번 넘게 봤는데도 줄거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결혼 후 신랑과 함께 다시 보기까지, 볼 때마다 장면들은 눈에 밟히는데 전체 흐름이 머릿속에서 뭉개지는 묘한 영화입니다. 검사외전, 도대체 왜 자꾸 기억이 흐릿할까요. 누명 스토리, 처음 볼 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검사외전의 핵심 구조는 누명을 쓴 전직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교도소 안에서 정보를 모으고,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바깥 세계의 실행자로 내보내며 진범을 향해 반격하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선 회수 구조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한 번 흘려보면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복선 회수 구조란, 앞부분에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장면이나 대사가 나중에..
영화를 잘 챙겨 보는 편이 아닌데도 어떤 영화는 생각지도 못한 경로로 인생 리스트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신랑이 거실에서 강동원 말투를 흉내 내며 줄줄 외우는 걸 보고 처음 전우치라는 영화를 인식했습니다. 영화보다 성대모사가 먼저였던 셈인데, 그걸 계기로 같이 앉아서 보고 나서 "아, 이래서 저러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전우치를 처음 본 입장에서, 영웅서사 구조와 캐릭터 완성도를 중심으로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고전 영웅서사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영화 전우치의 서사 구조를 놓고 보면 이른바 모노미스(Monomyth), 쉽게 말해 영웅의 여정이라는 고전 서사 공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여기서 모노미스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정립한 개념으로, 주인공이 일상에서 벗어나 시련을 겪..
1965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입니다. 처음 비디오테이프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했습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단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꺼내게 됩니다. 추억 속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반복 재생의 기억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가 어릴 때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접한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너무 좋았던 나머지 직접 테이프를 구입해 반복해서 돌려봤습니다. 테이프가 없을 때는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빌려봤고, 심지어 국립도서관 시네마존에서 무료 상영 예약을 잡아 혼자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 하나를 보기 위해 그 많은 루트를 개척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꽤 웃긴 일입니다. 영화 팬들 사이..
신랑이랑 뭘 볼까 하다가 "강아지 나온다"는 말 한마디에 골랐던 영화인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거든요. 2020년 개봉작 콜 오브 와일드, 자연·모험·이별이 묘하게 섞인 영화입니다.1890년대 알래스카, 이 영화가 펼쳐지는 무대영화는 18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합니다. 감독은 크리스 샌더스이고, 원작은 잭 런던의 소설 야성의 부름입니다. 출연진은 해리슨 포드와 오마 사이, 댄 스티븐스이며, 러닝타임은 약 100분입니다. 주인공은 골든리트리버 혼혈견 벅(Buck)으로, 캘리포니아 부유한 가정에서 사랑받다가 갑작스럽게 납치되어 알래스카 썰매견으로 팔려갑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당연히 "주인에게 돌아..
솔직히 저는 비극적인 로맨스를 잘 못 봅니다. 예고편에서 플로렌스 퓨의 삭발한 모습이 보이는 순간, 아 이거 뻔하게 아픈 영화구나 싶어서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극장에 앉아 있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거든요.차에 치여 시작된 사랑, 그리고 비선형 서사가 만든 마법처음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꽤 인상적입니다. 촉망받는 셰프 알무트가 운전하던 차에 토비아스가 치이는 장면인데, 차에 치이듯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영화가 문자 그대로 구현해버린 셈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그 어색하고 당혹스럽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이 황당한 첫 만남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염혜란이 주연을 맡으면 영화가 더 재미있어질까요?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하며 극장 대신 넷플릭스로 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씬스틸러 출신 배우가 원톱 주연으로 서는 순간, 대부분의 영화는 두 가지 갈림길에 놓입니다. 개성이 폭발해서 살아남거나, 그 개성이 오히려 전체를 삼켜버리거나. 매드 댄스 오피스는 그 첫 번째 길을 택했고, 절반쯤은 성공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염혜란의 원톱 실험, 개성을 죽이지 않은 선택염혜란이 연기하는 구청 과장 김국희는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입니다.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며 직장에서도 누구보다 철저하게 살아온 인물이죠.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이 캐릭터의 개성을 억누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영화 비평 영역에서 종종 쓰이는 개념으로 '캐릭터 앙상블(c..
스트리밍 서비스를 뒤적이다가 그냥 틀어본 영화가 예상 밖으로 머릿속에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맥신을 그렇게 만났습니다. 198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타를 꿈꾸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데, 보고 나서 "재밌었다"보다 "묘하게 찜찜하다"는 감각이 먼저 왔습니다. 그게 꼭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엑스 없이 맥신을 본다는 것타이 웨스트 감독이 연출한 X 3부작은 시간 순서로 보면 펄(1918년) → 엑스(1979년) → 맥신(1985년) 순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간 편인 엑스가 넷플릭스에 없었습니다. 펄은 볼 수 있었고, 맥신도 올라왔는데, 정작 맥신의 직접적인 전작이 빠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결국 엑스를 요약본으로 대충 파악한 채 맥신을 봤습니다. 그 상태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