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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처음엔 일본 편의점에서 뭘 사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킷캣이나 포키 한정맛 정도는 알겠는데, 그걸로는 뭔가 아쉬웠거든요. 몇 번 다녀오고 나니 그제야 저만의 고정 픽이 생기더라고요. 남들이 다 사는 것 말고, 제가 직접 먹어보고 "이건 진짜다" 싶었던 것들 위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낫토김밥과 가츠산도, 먹어봐야 알게 되는 것들
저는 낫토를 정말 못 먹던 사람이었습니다. 냄새도 그렇고, 그 특유의 끈적한 식감이 도저히 입에 안 맞았거든요. 그런데 패밀리마트에서 낫토김밥을 우연히 사게 됐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한 입 물었는데,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낫토김밥에서 핵심은 낫토의 발효도(醱酵度)입니다. 여기서 발효도란 낫토균이 콩을 분해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발효가 깊을수록 특유의 암모니아 향과 점성이 강해집니다. 패밀리마트 낫토김밥은 이 발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낫토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만 남아 있습니다. 로손에도 낫토김밥이 있는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로손 쪽은 낫토 함량이 더 많고 발효 향도 더 진했습니다. 낫토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오히려 로손이 더 맛있을 수도 있지만, 저처럼 낫토 입문자라면 패밀리마트가 훨씬 편하게 먹히는 구성입니다.
가츠산도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로손에서 판매하는 가츠산도를 처음 집었을 때는 "한국에도 있는데 뭐가 다르겠어" 싶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일본 편의점 가츠산도의 차별점은 돈카츠의 크러스트(crust), 즉 빵가루 튀김 겉면이 식은 이후에도 바삭함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방식에 있습니다. 크러스트란 여기서 튀김 외피를 말하는데, 빵가루의 입자 크기와 기름 온도를 조절해 식어도 눅눅해지지 않게 만든 것입니다. 제 경험상 한국 편의점 돈카츠 샌드위치는 시간이 지나면 금세 눅눅해지는데, 로손 가츠산도는 진열된 상태에서도 그 식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였습니다.
편의점에서 즉석 식품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패밀리마트: 낫토 향이 부담스러운 분께 낫토김밥 추천, 파미치키 같은 핫스낵 강점
- 로손: 가츠산도, 프리미엄 디저트류, 낫토 함량이 진한 낫토김밥
- 세븐일레븐: 오니기리(주먹밥)와 계란샌드위치 계열이 강점
일본 관광청이 매년 집계하는 외국인 관광객 인기 소비 품목에서도 편의점 즉석 식품은 꾸준히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출처: 일본관광청(JNTO)). 실제로 같은 패밀리마트, 로손이라도 한국 매장과는 상품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편의점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건 꽤 아까운 일입니다.
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것, 유자와사비 이야기
편의점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저는 마트에 들를 때마다 꼭 챙기는 게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유자와사비입니다.
유자와사비는 와사비(고추냉이)에 유자 껍질의 방향성 오일 성분을 더한 조미 소스입니다. 여기서 방향성 오일이란 유자 껍질에서 추출한 휘발성 향기 물질을 말하는데, 와사비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상큼한 감귤향이 뒤에 살짝 남는 구조입니다. 처음 먹었을 때 이 조합이 이렇게 깔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을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튜브형 패키징으로 나왔던 제품인데,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최근에는 작은 유리병에 담겨 스푼으로 떠먹는 형태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패키징은 바뀌었어도 맛 자체는 그대로라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마트 들르면 무조건 챙깁니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마트에서는 유자와사비 외에도 후리카케(밥에 뿌려 먹는 건식 양념), 멘미쓰(つゆ,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기반으로 한 만능 간장 소스), 폰즈(ぽん酢, 감귤류 즙을 섞은 산미 있는 간장) 같은 조미료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폰즈란 쉽게 말해 고기나 두부를 찍어 먹을 때 쓰는 새콤한 감귤 간장인데, 한국에서 일본 음식을 만들 때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납니다. 후리카케 역시 밥 한 공기에 뿌리는 것만으로 일본 가정식의 느낌이 확 살아나는 조미료입니다.
후쿠오카 여행이라면 마트에서 명란(멘타이코, 明太子) 관련 가공식품도 꼭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명란맛 자가리코나 명란 후리카케처럼 후쿠오카 지역 한정(ご当地商品, 고토치 상품)으로만 나오는 제품들이 있는데, 고토치 상품이란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유통되는 지역 특산 상품을 말합니다. 전국 공통으로 살 수 있는 과자보다 이런 지역 한정 상품이 기념품으로도 훨씬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푸딩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저는 편의점에 갈 때마다 푸딩 코너를 꼭 훑어보는 편인데,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제품이 나와 있어서 번번이 새로 도전하게 됩니다. 일본 편의점 디저트는 계절 한정 SKU(재고 관리 단위) 교체가 굉장히 빠릅니다. SKU란 개별 상품을 식별하는 단위인데, 일본 편의점은 이 SKU 회전율이 높아 몇 주 단위로 신상품이 들어오고 단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먹은 푸딩이 다음 방문 때는 이미 없을 수 있습니다. 이게 또 묘한 긴장감이 있어서, 덕분에 저는 고민 없이 새 푸딩을 집어 드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한국 소비자원도 일본 식품 구매 시 원재료 표시와 반입 가능 여부를 사전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일본 편의점·마트 쇼핑의 재미는 결국 자기만의 고정 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킷캣 한정맛이나 포키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낫토김밥, 유자와사비, 그날그날의 새로운 푸딩이 없으면 일본을 다녀온 것 같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다음 여행에서 한 번쯤은 남들이 다 사는 것 옆에서 자신만의 한 가지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