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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숙소를 고를 때 위치냐 가격이냐 시설이냐, 뭘 먼저 따져야 할지 매번 고민이 됩니다. 저도 이번 하카타 여행에서 같은 고민을 했는데, 직접 묵어보니 EN HOTEL Hakata(엔 호텔 하카타)는 세 가지를 적당히 다 잡은 곳이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딱 한 가지 예상 밖의 함정이 있었습니다.

하카타역과 캐널시티 사이, 위치가 이렇게 좋을 줄은
엔 호텔 하카타는 2021년에 오픈한 155실 규모의 호텔입니다. 하카타역에서 도보 약 10분, 구시다진자마에역에서는 약 6분 거리에 있습니다. 캐널시티 하카타까지는 약 300m 정도라서 쇼핑이나 저녁 식사 후 걸어서 돌아오기에 부담이 없는 거리입니다.
제가 도착한 건 오후 3시 체크인 시각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체크인 시각은 오후 3시부터지만, 짐은 로비 카운터에 미리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캐리어를 맡겨두고 바로 주변 구경을 나갔는데, 구시다신사와 나카스까지도 충분히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동선이었습니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약 3.5km 거리라 택시로 이동하면 교통 상황에 따라 10분 안팎이면 닿기도 합니다.
솔직히 위치 하나만으로 이미 절반은 만족했습니다. 후쿠오카 여행의 핵심 동선인 하카타역, 캐널시티, 구시다신사, 나카스를 전부 도보권에 두고 싶다면 이 호텔의 입지는 꽤 매력적입니다.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이 호텔의 위치 점수가 유독 높게 나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호텔 선택 시 참고할 만한 입지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카타역 도보 10분: 신칸센, 지하철 환승이 모두 해결됩니다.
- 구시다진자마에역 도보 6분: 쿠코선 이용 시 후쿠오카공항까지 바로 연결됩니다.
- 캐널시티 하카타 약 300m: 쇼핑, 외식 후 도보 귀환 가능한 거리입니다.
- 나카스·구시다신사·스미요시신사 도보권: 주요 관광지가 걸어서 닿습니다.
어메니티 구성, 직접 써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처음 호텔에 들어섰을 때 로비에서 눈에 띈 건 1층 어메니티 코너였습니다. 칫솔, 헤어브러시, 면도기 같은 일회용 소모품을 필요한 만큼 직접 가져가는 셀프 어메니티(self-amenity)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셀프 어메니티란, 객실마다 일괄 비치하는 대신 투숙객이 필요한 물품을 공용 공간에서 직접 가져가는 운영 방식을 말합니다.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쓰는 구조라서 요즘 일본 호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품목도 꽤 충실했습니다. 칫솔, 치약, 헤어브러시, 화장솜, 면봉, 바디타월, 면도기, 세안제, 메이크업 리무버, 스킨, 로션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져다 써봤는데, 스킨이나 로션까지 챙겨준다는 게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세면대 앞에서 허둥지둥 짐 뒤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기서 저한테는 특히 고마웠던 게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다이슨 에어랩을 드라이어 대용으로 쓰고 있는데, 일본 여행 전에 후기를 찾아보니 전압 차이 때문에 고장 났다는 경험담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다이슨 에어랩은 정격 전압(rated voltage) 범위 외 환경에서 사용할 경우 모터와 열선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격 전압이란 제품이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된 기준 전압을 뜻하는데, 국내 220V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일본 100V 환경에 그냥 꽂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에어랩을 아예 안 가져갔는데, 그렇다고 단기 여행을 위해 드라이어를 따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엔 호텔 하카타 로비에서 드라이어를 무료로 대여해줬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거 하나로 여행 내내 머리 걱정이 없었습니다.
대여 가능한 물품 목록도 생각보다 알찼습니다. ReFa나 SALONIA 고데기(판고데기, 봉고데기 모두), 서큘레이터, 의류 스티머, 가습기, 변환 플러그, 연장선, 담요, 데스크램프, 조명 거울, 우산까지 빌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량이 한정돼 있어서 원하는 물품이 있다면 일찍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무인 호텔과 달리 프런트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도 저한테는 꽤 중요했습니다. 저번에 오사카에서 무인호텔에 묵었을 때, 급하게 뭔가 물어볼 일이 생겼는데 직원도 없고 소통 창구 자체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거든요. 엔 호텔 하카타는 직원이 있으니 필요한 게 생겼을 때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훨씬 마음이 편했습니다.
일본관광청(JNTO)에 따르면 후쿠오카는 외국인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는 규슈 지역 최대 관광거점으로, 숙박 시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여행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일본관광청 JNTO).
충전기는 믿지 마세요, 이건 진짜 경험담입니다
객실 자체는 일본 비즈니스호텔 특유의 콤팩트한 구조였습니다. 호텔 측에서도 객실을 'smallish', 즉 작은 편이라고 직접 표현하고 있을 만큼 두 사람이 대형 캐리어를 각각 펼쳐두면 이동 공간이 빠듯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즈니스호텔(business hotel)이란 출장이나 단기 여행객을 주 타겟으로, 최소한의 공간에 필수 기능을 집약한 도심형 숙박 시설을 의미합니다. 넓고 고급스러운 리조트 느낌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낮에는 관광하고 밤에는 씻고 자는 여행 스타일이라면 전혀 문제없는 구성입니다.
객실에는 냉장고, 전기주전자, 드라이어,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나이트웨어가 기본 비치되어 있습니다. 전 객실에 스마트TV가 있어서 YouTube는 기본으로 볼 수 있고, Netflix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는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OTT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영화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뜻하는데, 호텔 TV에 계정만 로그인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2층에는 전자레인지, 제빙기, 코인세탁실도 마련돼 있어서 장기 여행자에게도 나름 편리한 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식 안내에 스마트폰 충전기와 USB 포트가 객실에 설치되어 있다고 나와 있고, 로비에서 충전기를 대여해준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막상 써보니 충전 속도가 완속(slow charging)에도 한참 못 미쳤습니다. 완속 충전이란 스마트폰 제조사가 권장하는 기본 충전 속도를 의미하는데, 보통 5W~10W 수준입니다. 그런데 저녁에 들어와서 아침까지 7시간을 꽂아뒀는데 배터리가 10~20%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제 폰 문제인가 싶어서 당황했지만, 다음 날 근처 편의점과 다이소에서 충전 케이블을 따로 구매해서 꽂았더니 정상 속도로 충전이 됐습니다. 결론적으로 객실 비치 충전기의 출력 자체가 너무 낮거나 케이블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원 해외여행 소비자 피해 가이드에 따르면 현지 숙소의 전자기기 관련 불편 사항은 체크인 당일 프런트에 즉시 문의하면 대부분 해결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저처럼 다음 날 편의점을 뛰어다니기 전에 프런트에 먼저 물어봤으면 더 빨리 해결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엔 호텔 하카타는 위치와 어메니티 구성 면에서는 가격 대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숙소입니다. 충전기 하나가 아쉬웠지만, 별도 케이블만 챙겨가면 그마저도 해결됩니다. 낮에는 하카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밤에는 깔끔하게 쉬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호텔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단, 충전 케이블은 꼭 본인 것으로 챙겨가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