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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액션 영화 하나 틀어놓고 싶은데,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는데, 그때 반쯤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가 바로 익스트랙션이었습니다. 크리스 헴스워스 팬으로서 그의 출연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했지만, 솔직히 처음엔 '또 비슷한 용병 영화겠지'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롱테이크 액션이 왜 이렇게 강렬할까

익스트랙션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단연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입니다. 롱테이크(Long Take)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연속으로 오랜 시간 촬영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가 빠른 편집으로 박진감을 만든다면, 롱테이크는 그 반대로 한 호흡 안에 모든 긴장감을 밀어 넣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약 12분에 걸친 액션 장면이 마치 한 번에 찍은 것처럼 이어집니다. 실제로는 여러 테이크를 교묘하게 이어붙인 것인데, 편집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생동감을 줍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숨 쉬는 타이밍을 놓칠 정도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겁니다. 감독인 샘 하그레이브가 스턴트 코디네이터 출신이라는 점이 여기서 확실히 드러납니다.

비슷한 평가를 받는 존 윅 시리즈와 비교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개인적으로 익스트랙션의 액션이 한 수 위라고 봅니다. 존 윅은 칼같이 맞춰진 안무형 액션이 특징이라면, 익스트랙션은 그야말로 개싸움에 가까운 날것의 액션입니다. 정교하게 합을 맞추는 느낌보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훨씬 강해서, 현실감 면에서는 익스트랙션이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까

영화의 배경은 방글라데시 다카입니다. 인도 마약왕의 아들 오비 주니어가 방글라데시 마약왕 아미르 아시프에게 납치되고, 전직 호주 특수부대 SASR(Special Air Service Regiment) 출신 용병 타일러 레이크가 구출 임무를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SASR이란 호주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소속의 대테러 및 특수전 전담 부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영국 SAS, 미국 델타포스에 해당하는 호주 최정예 부대입니다. 임무 도중 의뢰인의 자금이 동결되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오비의 전직 보디가드이자 인도 특수부대 출신 사주 라브가 팀을 공격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배신, 추격, 봉쇄, 그리고 다시 협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사실 구성 자체는 단순합니다.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건 약점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걸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과거 사연, 즉 림프종으로 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얇게 깔려 있는 정도고, 나머지는 액션이 전부를 책임집니다. 저 역시 영화가 끝나고 나서 스토리보다 액션 장면들이 먼저 떠올랐을 정도였습니다.

 

익스트랙션의 핵심 등장인물과 관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타일러 레이크: 전직 SASR 출신 용병. 죽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임무에 뛰어드는 인물
  • 닉 칸: 타일러의 동료이자 씬 스틸러. 냉철하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킴
  • 사주 라브: 오비의 전직 보디가드. 가족이 협박당해 타일러와 대립하다 결국 협력
  • 아미르 아시프: 다카 전체를 장악한 마약왕. 부패한 경찰 병력까지 동원하는 악역

 

결말의 여운, 그리고 속편으로 이어지는 이유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다카의 한 다리 위에서 벌어집니다. 타일러와 사주가 수백 명의 적과 맞서는 이 장면은 앞서 언급한 롱테이크 시퀀스와 함께 이 영화의 양대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사주는 저격을 받고 사망하고, 타일러는 중상을 입은 채 오비를 헬리콥터로 보낸 뒤 강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8개월 후, 닉이 아시프를 제거하고 오비가 수영장에서 훈련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오비가 누군가의 실루엣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명확하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 열린 결말은 개봉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됐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 후 4주 동안 9,900만 가구가 시청했다는 수치를 발표하면서,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습니다([출처: Netflix](https://ir.netflix.net)). 이 수치가 공개되자마자 속편 제작이 발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액션 블록버스터가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기존에는 극장 개봉 없이는 이런 규모의 흥행을 논하기 어려웠지만, OTT(Over-The-Top) 서비스의 확산이 그 공식을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OTT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하며, 넷플릭스가 그 대표 주자입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https://www.kcc.go.kr)).

 

익스트랙션 2, 전작보다 나아졌을까

익스트랙션 2는 2023년 6월 공개됐습니다. 저는 공개되자마자 바로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액션만 놓고 보면 전작을 넘어섭니다. 양도 늘었고, 스케일도 커졌습니다. 이번 임무의 배경은 조지아의 감옥입니다. 타일러가 범죄 조직 보스의 가족을 구출하는 내용인데, 구조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줄거리가 액션을 위한 거들에 불과하다는 느낌은 이번에도 동일합니다. 다만 저를 좀 거슬리게 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액션 파트가 끝나고 두 번째 파트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서사 전개가 들어갔습니다.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지만, 막상 액션이 다시 시작되면 그 불편함이 희석되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전작에서 나왔던 닉과 그의 남동생 야스가 이번에도 등장하는데, 이 남매 콤비가 생각보다 훨씬 활약합니다. 특히 야스는 전작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무력 면에서 상당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으로 전작 67%에서 속편은 80%까지 올랐으니, 비평적으로도 성공한 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액션 영화 팬이라면 익스트랙션 1편을 먼저 보고 바로 2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 헴스워스가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액션 연기가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루소 형제가 익스트랙션 시네마틱 유니버스 구축을 언급한 만큼 앞으로 사주 캐릭터의 프리퀄 같은 스핀오프가 나온다면 그것도 기대가 됩니다. 스토리에 깊이를 기대하고 보면 아쉬울 수 있지만, 현재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 있는 순도 높은 액션 경험을 찾고 계신다면 이 시리즈는 충분히 그 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