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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진단을 받기 전의 나는 나를 꽤 엄격하게 보는 편이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면 게으른 사람 같았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시작이 늦어지고, 한 가지 일을 하다가도 다른 생각으로 새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왜 이것도 못 하지?”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다.

나는 늘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계획표도 써보고, 알람도 맞추고, 책상도 정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가지 않았다.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흐트러졌고,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더 실망했다.

진단 전에는 모든 원인을 내 탓으로 돌렸다

예전에는 집중이 안 되는 이유를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의지가 약한 거고, 더 부지런해지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도 자꾸 다른 데로 새는 모습,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멍해지는 느낌은 마음먹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는데도 정작 끝낸 일이 적을 때가 힘들었다. 남들은 하나씩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검사를 받고 나서야 보인 내 패턴

검사를 받은 뒤에는 평소 행동들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방에 들어가서 왜 왔는지 잊어버리는 일, 하려던 일을 두고 갑자기 다른 일을 시작하는 일, 계획을 세워도 중간부터 흐트러지는 일들이 따로따로 생긴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이런 모습을 성격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상담과 검사를 거치면서 내가 반복적으로 어려워했던 부분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단순히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됐다.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달라진 건 내가 나를 대하는 말투였다. “왜 또 이래?” 대신 “지금 뭐가 힘들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나를 고치기보다 이해하려고 한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집중력이 좋아진 건 아니다. 지금도 일이 많아지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계획이 틀어지면 답답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게 됐다.

이제는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에 중요한 일을 먼저 하려고 하고, 해야 할 일을 작게 쪼개려고 한다.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잡지 않으려 하고, 잠을 못 잔 날에는 내 상태가 평소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려고 한다.

진단 후에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성인 ADHD 진단은 내게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까웠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게 된 뒤부터는, 나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예전보다 나를 덜 미워하게 됐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 경험을 적은 것이다. 집중이 어렵다고 해서 모두 ADHD인 것은 아니고, 정확한 판단과 치료 방향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자기 자신만 탓해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주묻는 질문

ADHD 진단을 받으면 마음이 바로 편해지나요?

나는 안도감과 복잡한 감정이 같이 들었다. 이유를 알게 되어 마음은 놓였지만, 그동안 나를 너무 탓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진단 후에도 집중이 계속 안 될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 진단이 모든 어려움을 바로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패턴을 이해하고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집중이 안 되면 무조건 ADHD인가요?

그렇지는 않다. 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혼자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