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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가 있습니다. 2016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입니다. 솔직히 저도 "언젠간 봐야지" 하며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 몇 년을 미뤘습니다. 3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드디어 제대로 앉아서 볼 수 있었는데, 미뤘던 시간이 아까울 만큼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줄거리로 보는 라라랜드, 어떤 영화인가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의 사랑과 성장을 사계절에 걸쳐 그린 작품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러닝타임은 128분입니다. 영화는 LA 고속도로 위에서 시작합니다. 극심한 교통체증 속에 갇힌 운전자들이 차 밖으로 나와 노래하고 춤을 추는 오프닝 시퀀스 'Another Day of Sun'이 펼쳐집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처음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한 번에 허물어버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연출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동선, 소품 배치 등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영화 언어를 말합니다. 라라랜드는 그리피스 천문대 씬에서 이 기법을 특히 잘 활용합니다. 별빛 아래 두 남녀가 탭댄스를 추며 'A Lovely Night'를 부르는 장면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빛과 공간, 움직임이 정교하게 맞물려 감정을 증폭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꽤 현실적으로 흐릅니다. 미아와의 미래를 위해 세바스찬은 자신이 경멸하던 상업 음악 밴드에 합류합니다. 미아의 일인극 공연 날 약속을 어기고,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섭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현실적인 전개가 오히려 더 깊이 남습니다.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보다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라라랜드가 아카데미 6개 부문을 수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에 담긴 주요 수상 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작품상 (시상 오류로 '문라이트'에 넘어갔지만 후보로 선정)
  • 감독상 (데이미언 셔젤)
  •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
  • 촬영상
  • 음악상
  • 주제가상 (City of Stars)

 

이 가운데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을 부르는 오디션 장면은 제가 보면서 눈물이 날 뻔한 유일한 장면입니다.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사와 감정선이었습니다.

 

OST와 결말, 그래서 라라랜드는 어떤 영화인가

라라랜드의 OST는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가 담당했습니다. 저스틴 허위츠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하버드 대학 동창으로, 두 사람의 협업은 이미 위플래쉬(2014)에서 검증된 바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 'City of Stars'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Herman's Habit'을 라라랜드 최고의 곡으로 꼽고 싶습니다. 영화 속 세바스찬이 재즈바에서 연주하는 이 곡은 가사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재즈가 가진 즉흥성과 감성을 가장 잘 담아낸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즉흥성이란 재즈에서 연주자가 정해진 악보 없이 실시간으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특성을 말하며, 재즈의 핵심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아, 세바스찬이 왜 재즈를 포기 못 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 영화 장르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디에게시스(Diegesis)입니다. 디에게시스란 영화 속 세계에서 캐릭터들도 실제로 듣고 있는 소리인지, 아니면 관객만 듣는 배경음악인지를 구분하는 개념입니다. 라라랜드는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흐립니다. 그 덕분에 뮤지컬 특유의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지?"라는 어색함이 훨씬 덜합니다. 결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반응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5년 후, 성공한 배우가 된 미아는 남편과 함께 우연히 들른 재즈바에서 세바스찬을 만납니다. 그 재즈바는 세바스찬이 꿈꾸던 바로 그 'Seb's'였습니다.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에서 시작되는 에필로그(Epilogue) 시퀀스는 "만약 둘이 함께였다면"이라는 가정을 환상으로 펼쳐 보입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씁쓸하다는 감정보다 "잘됐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덕분에 꿈에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처럼 읽혔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활용된 색채 대비와 조명 연출은 촬영감독 리누스 산드그렌의 공로가 큽니다. 리누스 산드그렌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는데, 노을빛 오렌지와 보랏빛 밤하늘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미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는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출처: 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https://www.oscars.org)).

뮤지컬 영화 장르의 흥행 측면에서도 라라랜드는 주목할 만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제작비 약 3,000만 달러 대비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 약 4억 4,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출처: Box Office Mojo](https://www.boxofficemojo.com)).

 

라라랜드는 "꿈 vs 사랑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질문 자체가 좀 달리 보입니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고, 꿈을 쫓았기 때문에 사랑이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긍정하는 결말이 라라랜드를 단순한 로맨스 영화와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재즈를 좋아하거나 뮤지컬 영화를 즐긴다면 당연히 추천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꿈을 향해 무언가를 포기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겁니다. 먼저 OST 'Herman's Habit'을 한 번 들어보시고 영화에 손이 가는지 확인해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저는 그게 더 정직한 추천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