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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뭔가를 하려고 마음먹고 앉아도 금방 다른 생각으로 빠지고,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걸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너무 오래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것 같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니까 나처럼 생각이 여기저기 잘 새고,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내가 집중력이 부족한가 보다”, “의지가 약한가 보다” 하고 나를 탓하는 쪽이 더 익숙했다.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
그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넘겼던 모습들
돌아보면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순간은 꽤 많았다. 뭔가를 하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어느새 전혀 다른 걸 검색하고 있다거나, 방에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내가 뭘 하려고 왔는지 까먹는 일이 자주 있었다. 대화를 하다가도 중간에 다른 생각으로 빠져서 다시 정신을 차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그냥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정신이 좀 없는 편이고,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만 여겼다. 겉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누가 봐도 눈에 띄게 산만한 모습은 아니니까, 나조차도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가볍게 봤다.
내가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던 이유는, 그 상태가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TV를 보다가 처음 멈칫했던 순간
그러다가 어느 날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ADHD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정확한 프로그램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전문가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 나오는 말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내가 알고 있던 ADHD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티가 날 정도로 산만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꼭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조용해 보여도 본인은 계속 집중이 어렵고, 생각이 옆길로 새고, 해야 할 일을 붙잡고 있는 게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말을 듣는데 마음속으로 자꾸 “어? 이거 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히 비슷한 부분만 들린 거라고 넘기고 싶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볼수록 내가 평소에 불편하게 느꼈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겪는 집중의 어려움이 단순히 성격이나 의지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성인이 되어서야 의심하게 된 이유
내가 성인이 되어서야 ADHD를 의심하게 된 건, 아마 그동안 내 상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랬으니까 이게 남들과 다른 건지, 아니면 다들 어느 정도 이렇게 사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됐다. 그냥 내가 조금 더 산만하고, 조금 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쉬웠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집중이 안 되는 문제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가면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일을 하고 생활을 꾸려가다 보니 집중력과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했다. 하루 종일 바빴던 것 같은데 막상 끝낸 일은 별로 없고, 계획은 세웠는데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니까 점점 답답함이 커졌다.
결국 나는 나를 계속 탓하는 것보다, 한 번쯤은 정확히 알아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집중이 안 된다고 해서 모두 ADHD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왜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지 알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심이 나를 이해하는 첫 시작이었던 것 같다.
자주묻는 질문
성인이 되어도 ADHD를 알 수 있나요?
어릴 때 모르고 지나갔다가 성인이 된 뒤 업무나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의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조용한 ADHD도 있나요?
겉으로 크게 티가 나지 않아도 본인은 집중 어려움이나 산만함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판단은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집중이 안 되면 검사해야 하나요?
바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생활에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집중이 어렵거나 산만하다고 해서 모두 ADHD라고 볼 수는 없고, 진단이나 치료 방향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