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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가이즈 2는 2022년 1편 개봉 이후 약 3년 만에 돌아온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속편입니다. 저는 신랑이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쿠팡 플레이 메인 화면에서 포스터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1편도 안 본 상태라 '2편부터 봐도 괜찮을까' 싶어 망설였습니다. 그 고민과 실제 시청 경험을 비교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더빙판 vs 자막판, 무엇이 더 나을까
애니메이션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볼 때 더빙판과 자막판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어 자막판이 연기의 뉘앙스를 더 잘 살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의 경험상 이건 시청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희는 저녁을 먹으면서 영화를 틀었습니다. 스시를 먹으면서 보는 상황이라 자막판을 선택하면 화면에서 눈을 한 시도 뗄 수 없고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자막을 읽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더빙판으로 결정했는데, 이 선택은 꽤 적절했습니다.
더빙 음성 더빙(Voice Dubbing)이란 원본 음성 트랙 대신 해당 국가 언어로 녹음된 별도의 음성을 입히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대사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입 모양과 타이밍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문 성우의 역량이 크게 영향을 줍니다. 쿠팡 플레이에서는 더빙판과 자막판이 각각 별도 타이틀로 올라와 있어서 원하는 버전을 선택하기 편리했습니다.
시청 환경에 따라 더빙판 선택이 유리한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사나 다른 활동을 병행할 때
- 어린이와 함께 볼 때 (글을 읽는 속도 차이)
- 배경 소리나 인물 목소리 표현을 편하게 즐기고 싶을 때
- 극장이 아닌 집 환경에서 가볍게 시청할 때
1편 없이 2편부터 봐도 될까, 몰입도 검증
'속편은 전편을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저도 그 생각에 쿠팡 플레이에서 1편을 찾아봤는데 1,500원을 따로 결제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2편부터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크게 문제없었습니다. 영화 초반 오프닝 시퀀스(Opening Sequence)에서 1편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줍니다. 오프닝 시퀀스란 본편이 시작되기 전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주는 짧은 도입부 영상으로, 배드 가이즈 2는 이 부분을 마치 주인공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연출했습니다. 이를 제4의 벽 허물기(Breaking the Fourth Wall)라고 부르는데, 영화 속 인물이 자신이 허구 속 캐릭터임을 인식하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연출 기법입니다. 데드풀 시리즈에서 자주 활용되어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방식이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개가 초반에 굉장히 빠르게 달려가는 편이라 처음에는 정신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빠르게 이해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밥도 먹고 대화도 하면서 보는 상황에서는 그 빠른 템포가 오히려 집중력을 흩트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중반부를 넘기면서부터는 이야기의 흐름이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갔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관람 통계에 따르면 성인 관객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하는 이유 1위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이라고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https://www.kofic.or.kr)). 배드 가이즈 2는 그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배드걸즈 등장과 이야기 구조, 어디까지 커졌나
2편의 핵심은 배드걸즈라는 새로운 빌런 그룹의 등장입니다. 일반적으로 속편은 전편보다 규모만 키우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 작품은 스케일을 키우면서도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선을 유지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면, 착하게 살려고 범죄에서 손을 뗀 배드 가이즈 앞에 배드걸즈가 나타나 자신들을 사칭하는 사건을 일으킵니다. 배드 가이즈 캐릭터들이 "우릴 사칭하는 건 안 된다"며 사건에 연루되는 동기가 꽤 현실적이고 공감됐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이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자존심과 의리를 가진 캐릭터로 느껴져 감정 이입이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배드걸즈는 배드 가이즈를 섭외하기 위해 사칭 작전을 펼치고, 협박을 통해 우주선 절도라는 대형 범죄에 이용한 뒤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플롯(Plot)을 구사합니다. 플롯이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과관계로 엮인 이야기의 구조적 설계를 의미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누가 진짜 배드 가이즈인지 관객이 분명히 알면서도 캐릭터들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DreamWorks Animation)은 캐릭터 앙상블 구성에 강점을 보이는 스튜디오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 동물 캐릭터 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에게 역할이 고르게 분배되어 있어 정신없다는 느낌보다는 균형감이 있었습니다([출처: DreamWorks Animation 공식 사이트](https://www.dreamworks.com)).
극장 vs 스트리밍, 어떤 환경이 맞을까
이 작품은 솔직히 극장에서 봤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둑질 스케일이 1편보다 훨씬 커졌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와이드 스크린과 돌비 사운드 환경에서야 제대로 살아납니다. 실제로 극장 개봉 당시 상영관 수가 적었다는 이야기를 여럿 접했는데, 이런 작품이 스크린을 충분히 배정받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시각 효과(VFX, Visual Effects)란 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배드 가이즈 2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우주선 추격 장면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VFX의 밀도가 상당히 높아 큰 화면에서의 시청 경험과 집에서의 시청 경험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 시청의 경우 편의성과 환경 유연성이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저처럼 밥을 먹으면서 신랑과 같이 편하게 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스트리밍이 더 맞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물론 신랑이 중간중간 핸드폰을 보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한테만 재밌는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건 장르의 문제라기보다 그날 컨디션이나 취향 차이의 문제라고 정리했습니다. 주토피아처럼 동물 캐릭터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이 좋다면, 배드 가이즈 시리즈 역시 비슷한 결로 즐길 수 있습니다. 무겁지 않고, 머리를 비우고 쉬고 싶을 때 보기에 딱 맞는 작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건 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긴장감과 긴 호흡의 몰입이 필요한 작품이 있는 반면, 이렇게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적당한 서사 구조를 갖춘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1편을 보지 않았거나 속편이라 망설이고 있다면 굳이 1편 먼저 볼 필요 없이 바로 2편을 틀어도 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극장 상영관이 충분히 열렸을 때 큰 화면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