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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입니다. 처음 비디오테이프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했습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단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꺼내게 됩니다.
추억 속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반복 재생의 기억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가 어릴 때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접한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너무 좋았던 나머지 직접 테이프를 구입해 반복해서 돌려봤습니다. 테이프가 없을 때는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빌려봤고, 심지어 국립도서관 시네마존에서 무료 상영 예약을 잡아 혼자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 하나를 보기 위해 그 많은 루트를 개척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꽤 웃긴 일입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고전 뮤지컬 영화를 단순히 "옛날 영화"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5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극적 긴장감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대신, 음악과 인물 관계의 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오히려 현대 관객에게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비디오테이프(VHS)란 자기 테이프에 영상 신호를 기록하는 아날로그 저장 매체로, 1970~90년대 가정용 영상 소비의 주된 방식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던 시절, 이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가 명작 영화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저한테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 시절 비디오테이프 자체와 함께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뮤지컬영화의 힘, 음악으로 쌓는 감정선
사운드 오브 뮤직이 이토록 오래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노래가 많아서"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조금 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음악을 감정 전달의 수단으로 정밀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처음 친해지는 장면도, 아버지인 폰 트랩 대령이 아이들 앞에서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도, 모두 대사보다 노래가 먼저 감정을 열어줍니다. 뮤지컬 영화 장르에서 쓰이는 다이제시스(diegesi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다이제시스란 극 중 인물들이 실제로 듣고 있는 음악, 즉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들은 대부분 이 다이제시스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객이 감동받는 것은 단순히 멜로디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극 중 인물들도 그 음악을 함께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공유의 감각이 화면 너머까지 전달됩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봐 온 경험상, 이 영화가 에너지를 소모시키지 않고 오히려 채워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과도한 갈등이나 충격적인 장면 없이,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로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만듭니다.
에델바이스와 도레미송, 교과서까지 들어온 음악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가 하면, 한국 음악 교과서에 도레미송이 실려 수행평가 곡으로 쓰일 정도였습니다. 저도 학교 수업에서 이 곡을 다시 만났을 때 "아, 이게 그 영화에 나오는 노래잖아" 하는 묘한 반가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뮤지컬 음악의 레퍼토리(repertoire)란 특정 연주자나 작품이 갖추고 있는 연주 가능한 곡 목록을 의미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레퍼토리는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마이 페이버릿 씽스,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곡이 독립적으로도 세계적인 스탠다드 넘버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탠다드 넘버(standard number)란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적으로 연주되고 편곡되는 클래식 팝·뮤지컬 곡을 가리킵니다.
이 영화의 음악적 성취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역대 뮤지컬 영화 1위로 선정했으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이후 무려 233주간 차트에 머물렀습니다([출처: 미국영화연구소(AFI)](https://www.afi.com)). 이 숫자만 봐도 당시 이 영화가 얼마나 큰 문화적 파장을 일으켰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극 중 인물들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다이제시스 구조
- 세계적인 스탠다드 넘버로 자리 잡은 레퍼토리
- 갈등과 화해, 사랑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무리 없이 담아낸 극본
- 미국영화연구소(AFI) 뮤지컬 영화 역대 1위라는 공신력 있는 평가
신랑과 함께 다시 본 날, 그 온도 차이
성인이 되고 결혼하기 전, 신랑이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물었을 때 저는 주저 없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같이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봐도 여전히 좋았는데, 신랑한테는 그다지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영화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온도 차이가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수용 미학(reception aesthetics) 관점에서 보면 이 반응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수용 미학이란 같은 작품이라도 관객의 배경, 경험, 정서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이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보며 감정적 기억이 쌓인 사람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같은 장면에서 같은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저한테 이 영화는 단순한 필름이 아니라 비디오테이프 냄새, 도서관 시네마존의 서늘한 공기, 혼자 빌려보던 그 설렘까지 함께 담긴 물건이니까요.
어떤 분들은 오래된 고전 영화는 현대 관객이 즐기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이 반만 맞다고 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서사의 핵심이 감정이고 음악인 작품은 시대를 타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 만나는 시점과 상황이 어떤 감정 기억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평생 영화가 되기도 하고, 그냥 한 번 본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그 차이는 영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고전 영화 재상영 관련 통계에 따르면, 국내 관객의 고전 영화 재관람 이유 중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라는 응답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https://www.kofic.or.kr)). 저한테 사운드 오브 뮤직은 바로 그 통계 속 한 명의 이야기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제대로 보지 않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다만 처음 볼 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배경 소음 속에서 흘려보는 영화가 아니라, 음악 한 곡 한 곡을 온전히 들을 수 있을 때 이 영화의 진짜 힘이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그게 전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