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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억 8천만 달러. 숫자만 놓고 보면 블록버스터의 자격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 돈이 다 어디 갔지?"였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쥬라기 시리즈의 새 출발점, 직접 조조로 보고 왔으니 솔직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작비 1억 8천만 달러짜리 스토리, 과연 그 값어치를 했나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제목 그대로 완전한 리부트(Reboot)에 가깝습니다. 리부트란 기존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어받되 주인공과 서사를 전면 교체해 새롭게 출발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크리스 프랫도,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도 없습니다. 대신 스칼렛 요한슨이 특수부대 출신 용병 조라 베넷으로 등장하고, 조나단 베일리가 공룡 덕후 고생물학자 루미스 박사로 나옵니다. 문제는 이 캐릭터들을 엮는 서사 구조입니다. 스토리의 뼈대를 간단히 정리하면, 14년 전 적도 부근 섬에서 진행되던 이종 교배(Hybrid Species) 실험이 사고로 중단되었고, 제약회사 직원 마틴 크렙스가 그 섬에 서식하는 공룡 3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조라를 수천만 달러에 고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이종 교배란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결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기술로, 쥬라기 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소재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이 설정의 개연성 처리 방식이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접근을 금지한 적도 부근 해역을, 미국인 가족 루벤 델가도 일행이 요트로 유유히 횡단합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대마초로 추정되는 물질이 등장하고, 노골적인 성적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는 걸 보면 가족 영화라는 포지션도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캐릭터 설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강인한 전투형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억지로 끼워 넣은 러브라인 때문에 캐릭터의 일관성이 흔들립니다. 반면 조나단 베일리의 루미스 박사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공룡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학자라는 설정 덕분에 순간순간 공감을 얻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에서 앤소니 브리저튼 역할을 맡았던 그가 스피노사우루스를 보고 흥분하는 공룡 덕후로 나오는 간극은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이 영화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은 마허샬라 알리가 연기한 던컨 킨케이드입니다. 배를 조달하고, 팀을 구성하고, 조난자를 구조하고, 탈출 경로를 확보하는 것까지 사실상 혼자 다 합니다.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 CG와 사운드는 어땠나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기술 수준입니다. CGI란 컴퓨터로 생성된 이미지를 실사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로, 공룡 영화에서는 생물의 피부 질감, 움직임의 무게감, 수중 물리 표현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수중 액션 시퀀스였습니다. 자연물 CG에서 물의 표현이 가장 구현 난이도가 높은 요소 중 하나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 작품은 그 부분에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모사사우루스(Mosasaurus)가 등장하는 바다 장면은 수압과 물의 흐름이 제법 실감나게 표현되었습니다.
다만 모사사우루스의 크기가 이전 쥬라기 월드 시리즈보다 눈에 띄게 작아진 점이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실제 고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모사사우루스의 최대 체장은 약 17~18m로 추정되며, 이는 현존하는 지구 최대 동물인 흰수염고래(최대 약 33m)보다 상당히 작습니다([출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https://naturalhistory.si.edu)). 이전 시리즈가 실제 크기보다 두 배 이상 부풀려 표현했던 것이고, 이번 작품이 오히려 고증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은 꽤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초식 공룡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자연 환경음과 저음역대의 BGM이 어우러지는 방식은 집중력을 높여줬습니다.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시그니처 OST가 흘러나오는 순간은 솔직히 이 영화에서 감정이 가장 고조된 구간이었습니다. 그 뒤 장면 전환이 너무 갑작스럽게 끊겨서 아쉬움이 컸지만요.
반면 엔딩 시퀀스로 갈수록 긴장감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이종 교배 실험의 산물로 등장하는 최종 빌런 개체의 디자인이 딱히 위협적이지 않은 데다, 극 후반부의 핵심 갈등 구조가 너무 성의 없이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에서 실질적인 긴장감을 구성하는 요소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바다 공룡 모사사우루스와의 초반 조우 장면
- 하천 급류를 이용한 레프팅 탈출 시퀀스
- 폐쇄된 실험 시설 내부 야간 탐색 장면
- 에일리언 디렉스(Alien Dyrex)와의 최종 대치
문제는 이 네 가지 장면 중 앞의 두 개가 이미 예고편에 공개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모든 프로모션 영상을 챙겨본 탓도 있겠지만, 첫 장면부터 "아 이거 예고편에서 봤던 거다"라는 인식이 깔리면 스릴러(Thriller)로서의 긴장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핵심 기제는 정보 비대칭, 즉 관객이 모르는 무언가가 화면 너머에 존재한다는 불안감에서 나오는데, 예고편에서 하이라이트를 과도하게 노출하면 그 기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영화 산업 내에서도 이는 마케팅 전략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지점입니다([출처: 미국 영화협회(MPA)](https://www.motionpictures.or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확실히 도미니언(3부작의 마지막 편)보다는 나은 영화입니다. 오락 영화로서 최소한의 기능은 하고 있고, 공룡 IP(지식재산권)가 가진 흥행 파워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1억 8천만 달러라는 제작비와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캐스팅을 생각하면 기대치 대비 허무함이 크게 남습니다. 다음 시리즈가 나왔을 때 이번 편의 복선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고 나서야 최종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룡 영화에 큰 기대 없이 여름 블록버스터를 한 편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