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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드라마를 틀었다가 10분 만에 끄는 게 습관이 된 분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은 끝까지 정주행하게 만들었습니다. 퀴어 드라마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냥 잘 만든 멜로물이었습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 박상영이 8편 각본을 직접 쓴 작품이라는 점이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고, 결과적으로 그 기대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원작 각색과 연출 구조, 어떻게 볼 것인가

대도시의 사랑법은 연작소설(連作小說)을 원작으로 합니다. 연작소설이란 독립된 단편들이 하나의 주제나 인물로 연결되는 소설 형식으로, 각 에피소드가 독자적인 이야기를 가지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공유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드라마에서도 에피소드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는 옴니버스(Omnibus) 방식이 자연스럽게 적용되었습니다. 옴니버스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여러 독립된 에피소드를 묶어 구성하는 방식으로, 각 파트마다 연출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하이라이트 상영회를 통해 먼저 작품을 접했는데, 네 명의 감독이 연출을 나눠 맡았음에도 전체 분위기가 비교적 일관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상업 드라마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손태겸 감독과 김세인 감독이 신선한 시각을 더하고, 허진호 감독과 홍지영 감독이 전체적인 완성도를 받쳐주는 구조라고 봤습니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국내 멜로 장르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연출자로, 그의 합류 자체가 작품에 대한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여기서 시각이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첫 에피소드 '미애'는 앞서 영화로 나온 이야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영화에서 김고은이 워낙 인상적으로 재희를 연기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다시 보는 것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드라마는 오리지널 캐릭터 남규(권혁)를 추가해 고영과의 로맨스 라인을 새로 만들어냈고,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그래서 영화와 비교보다는 별개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8편 전부를 동시 공개한 것도 이런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첫 에피소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낀 시청자가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 있게 한 셈이죠. 실제로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고영의 감정선이 훨씬 깊게 다가왔습니다. 원작자 박상영이 협업에 대해 "네 명의 시어머니를 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혼자 작업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자와의 협업은 분명 낯선 과정이었을 겁니다. 그 과정의 마찰이 결국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소설의 서술적 감수성이 일부 희석되었는지는 소설을 먼저 읽어본 분들이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퀴어 드라마로서의 완성도, 솔직한 시청 후기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저는 퀴어 드라마 또는 BL(Boys' Love) 장르 특유의 과장된 연애 묘사가 있을 것이라 막연히 예상했습니다. BL이란 남성 간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서사 장르를 말하며, 특히 일본과 한국의 웹툰, 드라마 시장에서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로맨스를 판타지처럼 포장하거나 극적 설정을 억지로 끌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 연애에 가까운 온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건 코미디 요소였습니다. 감성 멜로물을 기대했는데, 최근에 본 코미디 작품들보다 훨씬 여러 번 웃었습니다. 고영(남윤수)의 남자들이 에피소드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하비비(김원중)와 장난치는 장면들은 정말 신나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무겁지 않게 풀어낸 덕분에 8편을 정주행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완성도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짚어봐야 합니다. 특히 '대도시의 사랑법' 에피소드는 감정을 상당히 자극합니다. 소설에서 영이 "너무 많은 행복을 누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원작에서도 인상 깊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감정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면서 더 강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소설에서 서술자가 자신의 고통을 건조하게 서술하는 방식과 달리, 드라마는 표정과 상황으로 감정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더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8부작은 여러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기에 다소 촉박하게 느껴졌습니다. 각 에피소드의 서사가 조금 더 여유 있게 펼쳐졌다면 인물들에 대한 몰입이 깊어졌을 것입니다. 특히 친구 은수(정찬영)의 연애사는 너무 짧게 처리되어 아쉬웠습니다.

 

이 작품이 공개 전 특정 집단으로부터 조직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고, 박상영 작가가 직접 SNS에 이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주연 남윤수는 이에 대해 응원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차분하게 답했는데, 그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문화 인식 조사에서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https://www.mcst.go.kr)).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작자 박상영이 8편 전체 각본을 직접 집필하여 원작의 감수성을 드라마에 반영
  • 옴니버스 구조로 허진호·홍지영·손태겸·김세인 네 명의 감독이 에피소드를 나눠 연출
  • 퀴어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연출 없이 현실 로맨스에 가까운 온도로 전개
  • 남윤수 키에 맞춰 180cm 이상의 배우들로 고영의 남자들을 캐스팅하여 시각적 일관성 확보
  •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실제는 비교적 절제된 편

 

이 드라마가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퀴어 서사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OTT 시장에서 성 소수자 소재 콘텐츠의 제작 편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 드라마이기 이전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상처받고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기로 했습니다. 영화도 보셨다면 드라마와 비교하며 보시는 것도 좋고,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1화부터 그냥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의외로 계속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