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넷플릭스 시리즈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속편은 기대하지 말자." 오징어게임 시즌3를 다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맞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2025년 6월 2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3, 저는 솔직히 많이 실망했습니다.

공식만 반복된 서사 구조, 개연성은 어디로

일반적으로 속편은 전작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더 깊은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시즌3를 보니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초대장 배포, 참가자 집결, 게임 시작, 탈락과 생존의 반복. 이 플롯 구조(plot structure), 즉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뼈대 자체가 시즌1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처음 보는 장면인데도 "이번엔 저 사람이 죽겠구나" 하는 예측이 자꾸 맞아버리면, 그건 더 이상 스릴러가 아닙니다.

 

가장 황당했던 건 임산부 참가자 장면이었습니다. 게임 진행 시간이 고작 15분인 상황에서, 도망 다니고 서로 죽이는 와중에 자연분만까지 해냈다는 설정은 아무리 드라마적 허용을 감안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사적 개연성(narrative plausibility), 즉 이야기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인과관계와 현실적 타당성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 하나가 극 전체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성기훈이 강하늘 캐릭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죽이려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2에서 공기게임을 함께 돌파했던 동료가 배신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스토커형 살인마가 되는 건,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할 행동입니다. 그런 빌드업 없이 갑작스럽게 인물의 성격이 바뀌어버리니 감정 이입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강하늘이 탄창을 건네주지 않았다면 성기훈이 이길 수도 없었다는 사실은 주인공 서사 자체를 흔들어버립니다.

 

캐릭터들의 허무한 퇴장과 감정 전달의 실패

오징어게임이 시즌1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이유는 단순히 게임이 자극적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각 참가자들의 사연이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전달되면서, 시청자가 그들의 죽음에 진짜 슬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캐릭터 감정선(emotional arc), 즉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감정적으로 변화하고 독자와 공명하는 흐름의 힘입니다. 그런데 시즌3에서는 이 부분이 현저하게 약해졌습니다. 처음 보는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탈북 엄마, 자기 아들을 직접 해치면서까지 낯선 사람을 구하려는 어머니, 그리고 그 모든 희생을 받아들이는 성기훈. 저는 이 장면들에서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관계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본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설정이 감동적이 되려면, 그 전에 반드시 두 인물 사이의 교감이나 서사적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김새론을 구하는 과정이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영화 전반에 걸쳐 충분히 쌓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없는 상태에서 희생을 강요받으면, 감동이 아니라 "왜?"라는 의문만 남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편집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시나리오 설계 단계에서 빌드업이 빠진 것입니다.

 

시즌3에서 아쉬움이 컸던 캐릭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황준호: 시즌 내내 배를 타고 설렁설렁 움직이다 분량 조절에 실패, 끝내 형의 서사도 게임의 본질도 아무것도 모른 채 싱글 대디로 마무리
  • 임시완: 온갖 활약을 보여주다 가장 어이없는 방식으로 퇴장
  • 전재준, 박희순: 충분한 비중 없이 너무 허무하게 사라짐
  • 무당 캐릭터: 마지막에 큰 반전을 줄 것 같았지만 결국 아무 역할 없이 소멸

 

이 중에서 제가 가장 납득하지 못한 건 황준호입니다. 오징어게임이 무엇인지, 형이 왜 프론트맨이 됐는지, 이 두 가지 핵심 의문이 끝까지 해소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버렸습니다.

 

#세계관 확장이라는 이름의 IP 사업화, 그리고 결말

황동혁 감독이 시즌2~3를 만들게 된 배경을 직접 밝힌 적이 있습니다. 상업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언급했는데, 그 발언이 완성된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엔딩에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아메리카' 스핀오프 암시가 대표적입니다. 넷플릭스의 IP 확장 전략(IP expansion strategy)이란, 하나의 성공한 지식재산권을 다양한 파생 콘텐츠로 확대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이 전략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통했던 이유는 한국의 전통 놀이문화라는 특수성과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다루는 날카로운 시선이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배경으로 미국인들이 딱지치기를 한다는 설정이 그 정서를 담아낼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시즌1은 공개 4주 만에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출처: Netflix](https://ir.netflix.net)). 그 압도적인 성공이 오히려 후속 시즌의 발목을 잡은 것 같습니다. 시즌3 예고편이 하루 만에 1200만 뷰를 기록했을 만큼 화제성은 여전했지만, 화제성과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드라마 서사에서 내러티브 페이오프(narrative payoff)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심어둔 복선이나 궁금증이 결말에서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해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즌3는 몇 가지 떡밥을 회수하기는 했지만, 이병헌의 프론트맨 서사, 게임의 기원, 황준호 형제의 이야기 같은 핵심 질문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드라마 비평 매체들도 "완결의 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의 밀도가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결국 저는 이 시리즈를 앞으로 추천할 때 시즌1에서 멈추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시즌1은 지금도 시간이 지나도 회자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즌2와 시즌3는 그 명성을 이어가기보다 소비해버린 느낌이 강합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IP의 수명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순간, 시청자는 그걸 금방 알아챕니다. 오징어게임이 시즌1로만 남아 있었다면, 지금쯤 훨씬 더 단단한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