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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맷 머독이 IMDb 8.1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첫 화를 틀었을 때, 이 숫자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넷플릭스 시절부터 데어데블을 봐온 저로서는, 찰리 콕스가 다시 그 슈트를 입는 장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볼 이유가 생긴 작품이었습니다.

시즌1 리뷰: 슈트 없이도 끝내주는 히어로

데어데블 본어게인이 다른 MCU 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건 CGI 의존도를 최소화한 실전 액션 시퀀스입니다. 여기서 액션 시퀀스란 히어로물에서 격투 장면을 설계하고 촬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데, 본어게인은 디지털 합성보다 실제 타격과 스턴트 중심으로 이를 구현했습니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폭발과 비행보다 배우의 몸이 직접 부딪히는 장면이 훨씬 더 무게감 있게 느껴지는 건,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제가 직접 시청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맷 머독이 슈트를 벗고 법정에서 싸우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맷 머독이 오히려 데어데블일 때보다 더 치열하게 느껴진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실제로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법정 드라마의 긴장감과 히어로 액션이 한 캐릭터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조가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브플롯(subplots)의 구성 방식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서브플롯이란 메인 스토리와 병렬로 전개되는 보조 이야기 선을 말하는데, 본어게인은 화이트 타이거 사건, 불스아이의 귀환, 뮤즈의 연쇄 범죄 등을 동시에 다루면서 극의 밀도를 높이려 했습니다. 다만 중반부에서 이 서브플롯들의 연결이 다소 느슨해지는 구간이 있었고, 특히 뮤즈는 캐릭터의 위협감이 기대치에 못 미쳤습니다. 빌런으로서의 존재감이 킹핀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해서, 오히려 킹핀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에 그쳤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중 성인 타깃의 성숙한 서사를 전개한 작품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완다비전, 로키, 문나이트 정도가 그 선에 있다고 보는데, 본어게인은 그 라인업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작품으로 평가합니다([출처: Rotten Tomatoes](https://www.rottentomatoes.com)).

 

킹핀: 마블 역사상 가장 현실적인 빌런의 귀환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킹핀이 왜 MCU 최고의 빌런이라는 말을 듣는지, 마지막 화를 보고 나면 더 이상 반론하기 어렵습니다. 뉴욕 전체를 정전시키는 피날레 장면, 그 단 하나의 장면이 시즌 내내 답답하게 억눌려 있던 킹핀의 에너지를 한 번에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빌런의 임팩트가 마지막에 몰아치는 구조는 시즌3 피날레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킹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범죄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자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뉴욕 시장이라는 공직을 쥔 피스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을 가장한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현실 정치에서도 충분히 이입이 가능한 서사 구조입니다. 여기에 아내 바네사의 캐릭터 변화가 더해지면서, 피스크 부부는 이 시즌의 가장 완성도 높은 빌런 듀오가 되었습니다.

 

쇼러너(showrunner)인 다리오 스카르다파네가 설계한 캐릭터 아크도 주목할 만합니다. 쇼러너란 드라마 시리즈의 제작 총괄이자 스토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로, 시즌 전체의 일관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스카르다파네는 킹핀을 단순 악역이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를 가진 복잡한 인물로 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즉 마블이 구축한 영화·드라마의 공유 세계관 안에서 데어데블이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벤저스처럼 우주 단위의 위협을 다루는 게 아니라, 뉴욕 헬스 키친이라는 좁은 반경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부패, 그리고 한 인간의 신념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드라마 라인업에서 이런 접지력 있는 서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본어게인이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출처: Marvel Entertainment 공식](https://www.marvel.com)).

 

본어게인 시즌1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한국 시청자라면 더 와닿을 장면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화에 등장하는 특정 소재가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단순한 히어로 오락물이 아닌 사회 비판극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시즌2 전망: 디펜더스 재결합과 퍼니셔의 귀환

2026년 3월 공개 예정인 시즌2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시카 존스 합류로 인한 디펜더스(Defenders) 라인업 재결합 가능성
  • 퍼니셔 프랭크 캐슬의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공개 예정
  • 시즌1 피날레의 정전 사태 이후 피스크의 행보
  • MCU 페이즈 6(Phase 6)와의 연결성 강화

 

여기서 디펜더스란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가 모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팀업 드라마를 말합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팀의 재결합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조금 걱정됩니다. 넷플릭스 시절 데어데블이 가장 빛났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솔로 활동, 즉 다른 히어로들과 엉키지 않은 독립적인 서사 덕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디펜더스 떡밥이 섞이는 순간 집중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는 시즌1을 보면서도 확인된 감각입니다.

 

퍼니셔는 이번 시즌에서 맛보기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존 버탈의 퍼니셔가 제대로 활약하려면 스페셜 프레젠테이션과 시즌2를 모두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아직 캐릭터가 덜 꺼내진 느낌입니다. MCU 페이즈 6란 마블이 설정한 영화·드라마 콘텐츠의 다음 단계 묶음으로, 어벤저스 신작을 향해 가는 빌드업 과정입니다. 데어데블이 이 페이즈 안에 편입된다는 건 더 넓은 마블 세계관과의 연결이 강화된다는 의미인데, 그것이 오히려 이 작품 고유의 톤을 희석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직히 더 큽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2025년 기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성인 타깃 드라마의 비중을 점차 높이는 방향으로 콘텐츠 전략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즌1을 완주한 지금, 결론은 하나입니다. 넷플릭스 시절 데어데블을 좋아했다면 볼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CGI 액션보다 배우의 연기와 무게감 있는 서사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시즌2가 나와야 진짜 완성된 그림이 보일 것 같은 구조라, 지금 당장은 반쪽짜리 만족감으로 끝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빨리 2026년이 됐으면 하는 마음, 이 드라마를 본 분들이라면 다들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