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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5까지 완주하고 나서 든 첫 생각은 "Stranger Things"라는 영어 제목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9년에 걸쳐 쌓아온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보고 나니, 베크나와의 대결보다 그 이후의 감정 정리가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엔딩이 기대 이상이었던 이유

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시즌 4에서 베크나를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더니 살아있었고, 호킨스에 균열이 생기면서 마무리가 너무 열려버렸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끝을 내면 시즌 5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즌 5 피날레를 보고 나니 예상이 절반쯤 맞고 절반쯤 틀렸습니다. 베크나와의 대결 자체는 제 기준에서 다소 허무했습니다. 거의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중 상당 부분을 헨리 크릴의 내면 해석에 할애했는데, 이를 두고 "금쪽상담소 같다"고 느낀 건 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왕좌의 게임 나이트킹 최후와 비교해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대결 이후의 시간이 달랐습니다. 9년치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세심했습니다. 베크나가 죽고 끝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이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클로즈드 내러티브(Closed Narrative), 즉 모든 서사의 실마리를 회수하고 닫힌 결말로 마무리하는 방식을 시즌제 드라마에서 완성도 있게 구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기묘한 이야기는 꽤 잘 해냈다고 봅니다.

 

윌 바이어스와 소서러 설정이 핵심이었다

저는 시즌 내내 윌이 가장 약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시즌 3 이후로 윌의 서사가 어디로 가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즌 5에서 윌이 핵심축으로 떠오르는 전개가 꽤 의외였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D&D(던전 앤 드래곤)의 소서러(Sorcerer)입니다. 소서러란 후천적으로 마법을 배우는 위자드(Wizard)와 달리, 태생적으로 마법 능력을 타고난 클래스를 말합니다. 위자드가 지능 기반으로 다양한 마법을 습득하는 반면, 소서러는 매력 기반으로 본능적으로 능력을 발휘합니다. 친구들이 윌을 메이지가 아닌 소서러라고 부르는 장면은 단순한 게임 용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윌은 뒤집힌 세계, 즉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의 존재들이 감지하는 것들을 동시에 원격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업사이드 다운이란 현실 세계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어두운 차원으로, 시즌 1에서 엘레븐의 실험 중 열린 게이트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공간입니다. 윌은 이 공간과 연결된 안티 베크나로서,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 능력을 키워왔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설정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시즌 1부터 쌓아온 윌의 서사 덕분입니다. 그냥 막판에 끼워 넣은 능력 부여가 아니라, 처음부터 심어둔 복선이 시즌 5에서 수확된 느낌이었습니다.

 

베크나의 최후와 캐릭터 해석 논쟁

베크나의 마무리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이 확실히 갈립니다. 헨리 크릴이라는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끝까지 탐구한 것이 서사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보는 분들도 있고, 저처럼 최종 보스답지 않게 너무 싱겁게 마무리됐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베크나는 어린 시절부터 초능력, 즉 염력(Telekinesis)을 갖고 있었습니다. 염력이란 신체적 접촉 없이 정신력만으로 물체를 움직이거나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는 이 능력으로 가족을 살해하고 브레너 박사의 첫 번째 실험체인 001번이 되었으며, 엘레븐에 의해 업사이드 다운으로 추방된 이후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를 조종하는 존재로 변모했습니다. 마인드 플레이어란 업사이드 다운의 거대한 정신 지배 생명체로, 베크나가 현실 세계를 침공하기 위해 활용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베크나와 윌의 대비입니다. 둘 다 어둠을 내면에 품고 있었지만, 헨리는 그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잠식당한 반면, 윌은 자신의 어둠(극 중 동성애 정체성)을 친구들에게 드러내고 받아들임으로써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조이스가 주저 없이 베크나에게 도끼를 내려찍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감정보다 서사적 결단을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시즌별로 베크나의 등장과 퇴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즌 1~3: 배후에서 마인드 플레이어를 통해 개입, 정체 미공개
  • 시즌 4: 베크나(헨리 크릴/001번)의 정체 공개 및 맥스와의 대결
  • 시즌 5: 최종 대결 및 완전한 소멸

 

스탠 바이 미와의 비교, 그리고 성장 드라마로서의 완성도

기묘한 이야기가 스탠 바이 미(Stand by Me)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따라다녔습니다. 실제로 두 작품 모두 스티븐 킹의 감성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모험과 그 끝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스탠 바이 미에서 아이들은 시체를 찾으러 떠난 모험 후 현실로 돌아가 뿔뿔이 흩어집니다. 어른이 된 화자는 그 여름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기묘한 이야기는 여기에 판타지적 은유를 덧씌웠습니다. 판타지란 현실에서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상상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장르입니다. 사춘기의 불안, 정체성의 혼란, 가족 관계의 균열 같은 내면의 문제들을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거울 공간을 통해 외화(外化)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호러 SF가 아닙니다.

 

넷플릭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시즌 3는 공개 첫 달에만 6,400만 가구가 시청했으며, 이는 당시 스트리밍 업계 최고 기록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Netflix Media Center](https://media.netflix.com)). 이 수치만 봐도 이 작품이 단순한 장르물 이상으로 폭넓은 층에 어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스틴이 졸업식 연설에서 D&D의 질서(Law) 개념을 언급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D&D에서 질서란 권위에 대한 복종과 신뢰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편협함과 적응력 부족이라는 그림자도 내포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대사 하나가 시즌 1부터 이어진 "어른들의 욕심 대 아이들의 저항"이라는 주제를 가장 깔끔하게 압축한 순간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아크(Character Arc), 즉 시리즈 전체에 걸친 인물의 변화와 성장 곡선도 눈에 띕니다. 시즌 1에서 양아치에 불과했던 스티브가 더스틴의 정신적 지주로 변모하는 과정은 제작진이 직접 언급했듯이 배우의 연기력이 비중을 끌어올린 케이스입니다. 이런 유기적인 캐릭터 변화는 대본만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 드라마 평론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기묘한 이야기는 장르 혼합(Genre Hybridization) 측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러·SF·성장 드라마·80년대 향수 코드를 동시에 결합한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출처: Rotten Tomatoes](https://www.rottentomatoes.com)).

 

9년의 여정을 마치고 지하실 문을 열고 나간 마이크, 더스틴, 윌, 루카스, 맥스를 보면서 스탠 바이 미의 마지막 문장이 겹쳤습니다. "나는 그 후로 다시는 그런 친구를 갖지 못했다." 기묘한 이야기는 그 문장에 한 줄을 더 보탠 것 같습니다. 어둠을 함께 받아들인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도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시즌 5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릴 수 있습니다. 베크나의 최후가 아쉬웠다면 그 아쉬움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성장 드라마로 놓고 보면, 중요한 캐릭터 누구 하나 소홀히 마무리하지 않은 점에서 저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완결된 시리즈를 정주행할 계획이라면, 시즌 2의 스티브와 더스틴 케미에 특히 주목하며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진짜 맛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