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토이스토리4를 보러 가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3편이 워낙 완벽한 마무리였기 때문에, 속편이 그걸 넘어설 수 있을지 의심했거든요. 그런데 극장 문을 나서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다."

25년 만에 다시 만난 우디, 그 서사 구조는 어떻게 짜여 있나

토이스토리4는 2019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조시 쿨리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전편인 3편으로부터 9년 만에 돌아온 시퀄입니다. 시퀄(sequel)이란 기존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어받아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후속편을 의미합니다.

저는 개봉 전에 1편부터 3편까지 후다닥 몰아봤습니다. 안 보고 4편을 보면 뭔가 놓칠 것 같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덕분에 1편이 1995년 작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는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4편의 그래픽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고양이 털 한 올, 우디의 천 재질, 포키의 눈 주변 접착제 표면까지 실사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픽사가 선택한 서사 구조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를 중심으로 한 성장 서사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우디는 1편에서 질투와 리더십을 배우고, 2편에서 정체성과 선택을 고민하고, 3편에서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주더니, 4편에서 마침내 자기 자신의 삶을 선택합니다. 이 네 편의 흐름이 하나의 완성된 아크를 이루고 있다는 걸 몰아보고 나서야 제대로 느꼈습니다.

 

스토리의 핵심 갈등 요소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새 주인 보니에게 소외되어가는 우디의 정체성 위기
  • 자신을 쓰레기라 여기며 탈주를 반복하는 포키의 존재론적 혼란
  • 고장난 음성 장치 때문에 아이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개비개비의 결핍
  • 9년 전 이별했던 보핍과의 재회, 그리고 우디 앞에 놓인 선택

 

이 갈등들이 단순히 병렬로 나열되는 게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이 훌륭했습니다. 특히 개비개비 캐릭터는 처음에는 섬뜩한 빌런처럼 등장하는데, 배경음악과 그 표정이 하도 무서워서 저는 잠깐 공포 영화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랑받고 싶다는 그 단순한 소망이 드러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나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던 거죠. 이 전환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냐면, 옆 좌석 관객이 소리 없이 눈물을 닦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우디의 마지막 선택,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말 부분에서 우디는 보안관 뱃지를 제시에게 넘기고 보핍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선택합니다. 이 장면을 두고 "3편의 결말이 더 완벽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결말이 오히려 우디라는 캐릭터에 대한 헌사처럼 느껴졌습니다. 3편이 앤디와의 이별에 방점을 찍은 이야기였다면, 4편은 우디 자신에게 방점을 찍은 이야기니까요. 톰 행크스가 마지막 녹음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쳐 스태프들에게 등을 돌리고 겨우 녹음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25년을 함께한 캐릭터와 작별하는 배우의 마음이 어땠을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보핍 캐릭터 역시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입니다. 내러티브 전환(narrative shift)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내러티브 전환이란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나 주제의 방향이 의도적으로 바뀌는 장치를 말합니다. 1~3편에서 청순한 도자기 인형이었던 보핍은 4편에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존재로 완전히 변화해 있습니다. 버려진 장난감이 스스로 살아남는 방식을 터득하고, 우디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인물이 된 것입니다. 포키 역시 단순한 코믹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쓰레기에서 탄생한 포키가 보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설정은, 가치란 본질이 아니라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게 울립니다. 실제로 픽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아동·가족 영화의 서사적 깊이에 대한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출처: Pixar Animation Studios](https://www.pixar.com)).

 

애니메이션의 정서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감정 이입(empathy) 형성에 실사 영화 못지않은 효과를 가지며, 특히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접한 콘텐츠는 성인이 된 후에도 강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https://www.apa.org)). 저도 그 연구 결과가 맞다는 걸 토이스토리4를 보면서 몸소 확인했습니다. 극장에서 눈물을 참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버즈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에서 주고받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라는 대사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닙니다.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함께한 관객에게는 25년의 세월을 압축한 한 마디입니다. 제가 유치원생 즈음 처음 들었던 그 대사를, 다 큰 어른이 되어 극장에서 다시 들으니까 뭔가 제 어린 시절에 작별을 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집에 돌아와서 박스에 넣어둔 인형들이 걱정되기까지 했으니까요.

 

토이스토리4는 "다음 편이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놓는 영화입니다. 우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야 가장 완전해집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1편부터 순서대로 한 번에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 4편의 감동이 배로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