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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따라가는 거지, 나는 팬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저도 딱 그 마음으로 KSPO DOME에 들어갔거든요. 근데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임영웅 콘서트는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 아니라, 팬이 아닌 사람도 조용히 무너뜨리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공연 전 현장, 이미 분위기가 다르다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리자마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거리 곳곳이 임영웅 블루로 물들어 있었고, 입구 밖에는 비공식 굿즈 판매대, 포토존, 응원봉 맵핑 부스까지 줄지어 있었습니다. 맵핑 부스란 공식 응원봉과 스마트폰 앱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곳으로, 혼자 오신 분들도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세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아임히어로 라운지(IM HERO LOUNGE)였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밖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보호자들이 난방이 되는 공간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한 시설이었습니다. 보통 콘서트라면 밖에서 추위에 떨거나 카페를 찾아 헤매야 하는데, 이런 디테일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장 진행 요원들의 태도도 달랐습니다. '통제'가 아니라 '안내'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계단을 오를 때 부축해 드리고, 좌석까지 1:1로 동행해서 안내해 드리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이를 콘서트 업계에서는 관객 동선 케어(audience flow management)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공연 시작 전 혼잡 구간에서 관객이 길을 잃거나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유도하는 운영 방식입니다. 일반 콘서트에서 이 수준의 케어를 경험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차는 생각보다 불편했습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데다 별도 주차비까지 발생해서 자가용으로 오신 분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걸 강하게 권장하고 싶습니다.

 

라이브 가창력과 팬서비스,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임영웅 라이브가 진짜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음원으로 잘 들리는 가수가 라이브에서도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거든요.

 

근데 실제로 들어보니 얘기가 달랐습니다. 특히 잔잔한 발라드 구간에서 공연장 전체가 숨을 죽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영상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되는 종류의 경험이었습니다. 콘서트 음향 설계에서 쓰이는 개념 중 하나가 다이나믹 레인지(dynamic range)입니다. 다이나믹 레인지란 가장 조용한 소리와 가장 큰 소리 사이의 폭을 의미하는데, 이 폭이 클수록 감정의 고저가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임영웅 무대는 이 다이나믹 레인지를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용하게 내려앉는 구간과 폭발하는 고음 구간의 대비가 너무 선명해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팬서비스에 대해서는 "반칙 수준이다"라는 의견도 있고, "연출된 친밀감 아니냐"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두 번째 생각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멘트 하나하나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관객을 향하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무대 가장자리까지 나와서 관객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드는 장면은, 팬이 아닌 제 눈에도 꾸며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연장 내 음향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PA 시스템(public address system)이란 공연장 전체에 균일한 음량과 음질을 전달하기 위한 대형 음향 장비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KSPO DOME은 돔형 구조라 잔향(reverb), 즉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울리는 현상이 심한 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 잔향이 오히려 공간감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엔지니어링 세팅이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임영웅 콘서트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MR 없이 밴드 라이브 반주로만 진행되는 무대 구성

 

- 발라드 구간과 업템포 구간의 뚜렷한 대비로 만들어지는 감정의 흐름

 

- 무대 가장자리까지 이동하며 관객과 근거리에서 소통하는 팬서비스

 

- 공연 중 팬들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 상영 코너

 

- 앵콜 공연 시간이 일반 공연 대비 현저히 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서울 막공(마지막 공연)에서는 약 1시간에 달했다는 현장 목격담이 있었습니다

 

입덕부정기가 무너지는 건 사람 때문이다

 

공연장 안에서 팔짱을 끼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을 여럿 봤습니다. 딱 봐도 "나는 그냥 동행이야"라는 포지션인 분들이었죠. 저도 비슷한 마음이었으니까 그분들이 남달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한 시간쯤 지나고 나서 보면, 그 팔짱이 풀려 있습니다. 무표정이 옅은 미소로 바뀌어 있고, 어느 순간엔 박수까지 치고 있습니다. 이게 임영웅 콘서트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레이저나 대형 스크린이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사람을 바꿉니다.

 

공연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감정 전이(emotional contagion) 개념이 여기에 딱 맞습니다. 감정 전이란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본인도 모르게 전달되어 동일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수천 명이 같은 노래에 같은 감정으로 반응하는 공간에서, 혼자 벽을 치고 있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라이브 공연 관람이 정신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만족감과 사회적 연결감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https://www.kcti.re.kr)). 임영웅 콘서트가 단순한 팬덤 행사가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IM HERO TOUR 2025는 인천, 대구, 서울, 광주를 거쳐 대전과 부산까지 이어지는 전국 투어 규모로 진행되었으며, 대형 돔 콘서트 시장에서도 회당 관객 수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인터파크티켓](https://tickets.interpark.com)).

 

팬이 아닌 상태로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더 선입견 없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그냥 따라가는 마음"으로 들어간 분들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번 콘서트를 다녀온 후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티켓값이 아깝냐 안 아깝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경험 자체가 다른 종류라는 것입니다. 주차가 불편하고, 티켓팅은 전쟁이고, 굿즈는 비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공연을 찾게 되는 구조라는 걸, 직접 가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아직 망설이고 계신 분이라면, 일단 한 번 가보시는 걸 권합니다. 이유는 현장에서 바로 알게 됩니다.